
손나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에이핑크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거야.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어. 밝고 세련된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배우로 작품에 나와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의 역할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작품을 하나씩 보다 보니 손나은은 생각보다 꽤 다른 얼굴을 계속 보여주고 있더라.
특히 2026년 "김부장"에서는 확실히 달랐어. 은행원으로 위장한 특수임무국 요원 정상아를 맡아 액션까지 소화했는데,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다가 임무를 수행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지는 인물이었지. 손나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나에게도 이런 얼굴이 있구나", "액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어.
두 얼굴을 가진 정상아
"김부장"에서 손나은이 맡은 정상아는 처음부터 정체를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야.
상생저축은행에서 일하는 평범한 은행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부장을 감시하기 위해 위장 취업한 특수임무국 요원이야. 그래서 한 캐릭터 안에서 직장인과 요원이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줘야 했어.
재미있는 건 두 모습을 단순히 극과 극으로 나누지 않았다는 거야.
은행원일 때는 요즘 직장인다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임무를 수행할 때는 몸가짐과 눈빛이 달라져.
손나은은 실제로 MZ 직장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SNS나 맛집 예약 같은 생활적인 특징까지 찾아봤다고 해. 반대로 요원일 때는 임무에 집중하면서도 김부장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생긴 연민을 함께 표현하려고 고민했다고 밝혔어.
그래서 정상아는 단순히 액션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임무와 감정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사람으로 보였어.
이 지점에서 손나은의 연기도 이전보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


배우로서 선명해진 역할, 변미래
"김부장"의 정상아가 새로운 얼굴이었다면, 그 전에 배우 손나은의 존재감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든 작품은 "가족X멜로"였어.
여기서 손나은이 연기한 변미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K-장녀야.
겉으로 보면 꽤 현실적인 직장인인데,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야 하는 사람이기도 해.
특히 자신의 삶을 챙기기도 벅찬 상황에서 가족 문제까지 떠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인 공감을 만들었어. 손나은도 캐릭터가 내근과 외근을 오가는 직업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옷차림이나 큰 가방, 태블릿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이야기했지.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손나은에게 꼭 화려한 캐릭터만 어울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인물을 연기할 때 손나은의 또 다른 장점이 드러나.
재벌 상속녀, 응급실 인턴
손나은의 필모그래피를 거꾸로 살펴보면 의외로 역할의 폭이 꽤 넓어.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는 당돌한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연기했고, "인간실격"에서는 데뷔에 실패한 아이돌 연습생을 맡았어.
"고스트 닥터"에서는 응급실 인턴 오수정을, "대행사"에서는 재벌가 상속녀 강한나를 연기했지. 같은 배우인데도 직업과 환경이 바뀔 때마다 캐릭터의 결이 달라졌어.
특히 "대행사"의 강한나는 손나은의 세련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허술함과 엉뚱함을 보여줄 수 있었던 역할이었어.
반대로 "인간실격"에서는 화려함보다 평범한 사람의 불안과 외로움에 가까운 감정을 보여줬어.
이런 작품들을 이어서 보면 손나은이 무조건 이미지를 버리려고 하는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익숙한 분위기를 가져가되,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을 만들어가는 쪽에 가까워 보여.


이제는 어떤 역할이 와도 궁금하다
손나은은 2012년 "대풍수"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꾸준히 작품을 이어왔고, 2025년에는 제이와이드컴퍼니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배우로서 활동 영역을 더 넓혀가고 있어. 그리고 "김부장"은 그 흐름에서 꽤 중요한 작품이 된 것 같아.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고, 은행원과 요원이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무엇보다 손나은 본인이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 멜로, 전문직, 청춘물 등 아직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점도 흥미로워.
그래서 이제는 손나은을 단순히 "아이돌 출신 배우"라고 부르는 것보다 작품마다 어떤 인물이 될지를 보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화려한 이미지로 시작했지만, 배우로서의 시간은 오히려 그 이미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에 가까웠으니까.
"가족X멜로"에서는 현실적인 장녀를, "김부장"에서는 차분한 은행원과 날카로운 요원을 오갔어.
앞으로 손나은이 보여줄 인물도 아마 지금까지와는 또 다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