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 가지 얼굴로 기억하기엔 아쉬운 배우, "차주영"

by 마이밍9 2026. 9. 6.
반응형

 

 

차주영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더 글로리"의 최혜정이 떠올라.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고, 가진 것에 대한 욕망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 얄밉기도 한데 어딘가 허술해서 완전히 미워하기도 어려운 사람이었지.

그런데 차주영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어.

"진짜가 나타났다!"에서는 현실적인 욕망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고, "원경"에서는 조선 초기의 원경왕후가 됐어. 그리고 2026년에는 납치된 인질 소진을, "클라이맥스"에서는 권력의 판을 설계하는 인물을 연기했지.

작품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그래서 차주영을 단순히 "강렬한 배우"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쉬워.

 

 

완전히 달라진 얼굴

최근 차주영의 연기를 이야기한다면 "클라이맥스"의 이양미부터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양미는 WR호텔 사장이면서 WR그룹의 실세야. 정치와 재계, 연예계를 연결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드는 전략가이고, 겉으로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지만 속에는 냉정한 계산과 권력욕이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이야.

재미있는 건 차주영이 이양미를 흔히 볼 수 있는 '차가운 재벌가 여성'처럼 만들지 않았다는 거야.

말투도 독특하고, 표정도 과장돼 있고, 행동에는 묘하게 허세가 섞여 있어.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이상한 분위기가 이양미라는 사람의 성격을 설명하는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방송 초반에는 이 독특한 말투와 호흡이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후에는 캐릭터의 욕망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어. 특히 차주영은 이양미의 우아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보여줘.

웃고 있는데도 무섭고, 여유롭게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어.

"더 글로리"에서 보여준 강렬함과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종류의 존재감이지.

 

최혜정은 시작에 가까웠다

차주영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알린 작품은 역시 "더 글로리"지.

최혜정은 학교폭력 가해자 무리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인물이었어.

돈과 외모, 결혼 같은 현실적인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하지만 차주영은 이 인물을 단순히 나쁘기만한 인물로 만들지 않았어.

얄미운 행동을 하면서도 때로는 어설프고, 허세를 부리면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있었거든.

당시 차주영은 캐릭터를 예쁘게만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 배우로서 자신의 외형을 소비하는 것보다 인물에게 필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더 글로리"의 최혜정은 차주영에게 단순한 인기 캐릭터라기보다 배우로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에 가까웠던 것 같아. 그리고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어.

최혜정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이후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 이미지를 벗어나는 과정이 필요했으니까.

 

 

권력을 손에 쥔 여자

그런 의미에서 "원경"은 차주영에게 꽤 중요한 작품이었어.

"더 글로리"에서 욕망을 좇던 여성을 보여줬다면, "원경"에서는 실제 역사를 살아간 원경왕후를 연기했으니까.

차주영이 해석한 원경은 단순히 태종 이방원의 아내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야.

자신의 뜻이 분명하고, 위기의 순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물이지.

차주영 역시 원경왕후를 외형적인 강함으로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어. 슬프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정을 참고 버텨야 하는 순간들을 통해 내면의 단단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

그래서 "원경"에서의 차주영은 "더 글로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강해.

최혜정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며 살아남는 사람이었다면, 원경은 감정을 안으로 눌러야 하는 사람이야.

같은 배우가 강함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셈이지.

 

밀실에서 드러난 또 다른 얼굴

2026년 영화 "시스터"는 또 다른 방향의 차주영을 보여줬어.

여기서 차주영이 맡은 소진은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에게 납치된 인물이야.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된 피해자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겁에 질려 있는 인물로 머물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관찰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때로는 납치범과 위태로운 공조까지 펼쳐.

차주영에게도 꽤 과감한 선택이었지.

밀폐된 공간에서 세 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이었고, 그녀는 소진이 감금된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 자신을 최소한으로 노출했다고 이야기했어.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재미있었던 건 차주영의 표정이야.

"더 글로리"처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원경"처럼 감정을 억누르는 데만 집중하지도 않아.

무서워하고, 의심하고, 분노하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면서 계속 변해.

배우가 감정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인물을 계속 바꾸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어떤 역할도 궁금해진다

차주영의 필모그래피를 이어서 보면 한 가지 이미지로 묶기가 점점 어려워져.

"더 글로리"에서는 욕망에 솔직한 최혜정이었고, "원경"에서는 자신의 뜻을 지키는 원경왕후였어.

"시스터"에서는 납치된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소진이 됐고, "클라이맥스"에서는 권력의 중심에서 판을 설계하는 이양미가 됐지.

더 흥미로운 건 차주영 스스로도 배우로서는 미지의 세계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는 점이야.

"시스터" 역시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자신이 해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에서 도전했고, 관객의 입장에서 캐릭터를 계속 설득하면서 소진을 만들어갔다고 말했어.

그래서 지금의 차주영을 보면 "더 글로리로 뜬 배우"라는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해.

오히려 강한 캐릭터로 이름을 알린 뒤 그 이미지에서 빠져나와 자신에게 새로운 역할을 계속 던지는 배우에 가까워졌으니까.

처음에는 화려한 외모와 강한 인상이 먼저 들어오는데, 작품을 하나씩 보고 나면 그보다 어떤 인물을 만나도 자기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힘이 더 기억에 남아.

이미 강렬한 악역도 해봤고, 역사 속 인물도 해봤고,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남는 인물도 해봤어.

이제는 차주영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또 어떤 얼굴을 꺼내놓을지가 궁금해지는 배우가 된 것 같아.

반응형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배우를 읽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