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조용히 등장해 장면의 온도를 바꾸는 배우, "박희순"

by 마이밍9 2026. 9. 10.
반응형

 

 

박희순을 생각하면 나는 제일 먼저 묵직한 목소리와 눈빛이 떠올라.

처음부터 화려하게 튀는 배우라기보다 장면에 등장하면 분위기가 싹 달라지는 사람이었어. 특히 악역이나 권력을 가진 인물을 맡았을 때는 대사를 많이 하지 않아도 "저 사람 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구.

그런데 최근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어.

박희순은 단순히 무게감 있는 역할을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 무게감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내는 배우에 가까운 것 같아.

 

 

"판사 이한영"에서 다시 느낀 서늘함

2026년 "판사 이한영"에서 박희순이 맡은 강신진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야. 겉으로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판결과 주변 인물들을 움직이는 인물이었어.

나는 이 역할이 박희순과 굉장히 잘 맞는다고 느꼈어.

그런데 단순히 "박희순은 악역을 잘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쉬워.

강신진은 소리를 지르거나 무조건 위협하는 악당은 아니거든.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더 무서운 사람이야. 낮은 목소리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직접 손을 대기보다 주변 사람을 움직여 상황을 만들어.

그래서 이 인물을 보고 있으면 악역의 무서움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평범한 얼굴로 무서운 일을 할 수 있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어. 박희순은 바로 그 지점을 잘 잡았던 것 같아.

실제로 그는 강신진을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 안에 욕망을 숨긴 인물"로 바라봤고, 음식과 식사 장면조차 욕망과 권력 의식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어.

 

 

악역이지만 자꾸 마음이 쓰였던 "마이 네임"

박희순의 대표작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마이 네임"의 최무진을 선택할 것 같아.

동천파의 보스인 최무진은 냉정하고 잔인한 조직의 수장이지만, 지우에게는 단순한 악당으로만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어. 조직원으로 받아들인 지우를 키워주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녀에게 묘한 애착을 보여주지.

내가 이 캐릭터에서 재미있었던 건 바로 그 모순이었어. 나쁜 사람인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는 것.

박희순도 당시 최무진을 단선적인 악당이 아니라 번민과 고뇌로 흔들리는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어. 특히 그의 고독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했다고 이야기했지.

그래서 최무진은 단순히 "멋있는 조직 보스"로 끝나지 않았던 것 같아.

멋있다는 감정 뒤에 외로움과 의심이 따라붙었고, 그게 박희순의 눈빛과 무게감을 만나면서 캐릭터가 훨씬 복잡해졌거든.

 

의외로 코미디와도 잘 맞는

그런 박희순이 2025년 "컨피던스맨 KR"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어.

기상천외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박희순은 팀의 정치적 지주이자 노련한 인물인 제임스를 연기했어. 무엇보다 데뷔 26년 만에 파격적인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존의 무게감과는 다른 재미를 보여줬지.

이 작품을 보면 박희순의 장점이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진지한 배우가 코믹한 장면을 하면 자칫 억지로 웃기려는 느낌이 날 수도 있는데, 박희순은 자신의 묵직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그 안에 유머를 넣어. 그래서 웃긴 상황에 놓여 있어도 캐릭터 자체가 가벼워지지는 않아.

나는 이런 부분이 꽤 재미있었어.

결국 박희순은 어떤 장르에 들어가든 자신의 색을 완전히 지우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색을 조금씩 변형해서 작품에 맞추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같은 얼굴, 다른 온도

박희순의 연기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작품의 장르를 먼저 생각해보는 거야.

같은 낮은 목소리와 무게감 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 들어가는 감정은 꽤 다르거든.

어떤 작품에서는 상대를 압박하는 권력이 되고, 어떤 작품에서는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외로움이 돼. 또 코미디에서는 진지함 자체가 웃음을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하지.

나는 이 차이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박희순을 볼 때 캐릭터의 겉모습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됐어.

말수가 적은 인물일수록 오히려 표정이나 말의 속도, 상대를 바라보는 방식에 신경 쓰게 됐지.

그렇게 보고 있으면 박희순이 왜 오랫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지도 조금 이해가 돼.

 

 

 

오래 연기한 배우라서 더 궁금해진다

박희순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극단 목화에서 활동하며 오랫동안 무대 경험을 쌓았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만들어왔어.

"세븐 데이즈", "의뢰인", "1987", "마녀" 같은 작품을 지나 "마이 네임"으로 대중에게 다시 강하게 각인됐고, 이후에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이어왔지. 그래서 박희순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배우는 대체 어디까지 무거울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컨피던스맨 KR" 같은 작품을 보면 그 질문의 답이 조금 달라져.

무거운 역할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 무게를 내려놓는 순간에도 자기만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박희순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때도 단순히 "이번에는 어떤 악역일까?"를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이번에는 그 묵직한 얼굴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까가 궁금해지는 배우야.

박희순을 다시 본다면 "마이 네임"만 보고 끝내기보다는 "세븐 데이즈"에서 긴장감 있는 연기를 먼저 보고, "의뢰인"에서는 복합적인 검사 캐릭터를, "1987"에서는 시대극 속 인물의 무게를 따라가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 그리고 조금 다른 박희순이 궁금하다면 "컨피던스맨 KR"까지 이어서 보면 좋아.

같은 배우인데 장르가 달라질 때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거든.

반응형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배우를 읽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