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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얼굴 뒤에 많은 이야기를 숨긴 배우, "이현욱"

by 마이밍9 2026.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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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웃고 있는 얼굴보다 무표정한 얼굴이 먼저 떠올라. 하지만 이현욱이 맡은 인물들은 단순히 차가운 사람이었던 적이 별로 없어.

"타인은 지옥이다"의 유기혁은 평범해 보이는 얼굴 뒤에 섬뜩한 기운을 숨기고 있었고, "마인"의 한지용은 다정한 남편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속내를 가진 사람이었지.

"도적: 칼의 소리"에서는 조선인 출신 일본군 장교 이광일이 됐고, "원경"에서는 태종 이방원을 연기했어.

그리고 2026년 "골드랜드"에서는 또 다른 선택을 했어. 항공사 부기장 이도경.

겉으로는 평범하고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가 궁금해지는 인물이야.

이현욱은 최근 인터뷰에서 원래 캐릭터의 심리와 정서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작업을 재미있어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래서인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면 겉모습보다 인물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기가 유독 많이 보여.

 

 

"골드랜드"에서 보인 이도경

디즈니+ "골드랜드"에서 이현욱이 연기한 이도경은 처음부터 강한 악역으로 등장하지 않아.

항공사 부기장이고, 박보영이 연기한 희주의 연인이지. 희주에게 금괴를 맡기는 중요한 부탁을 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데, 이때부터 이도경이라는 사람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져.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부탁하는 남자처럼 보이거든. 그런데 금괴를 둘러싼 욕망과 선택이 얽히면서 이도경의 행동에는 다른 의미가 생겨.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희주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처음부터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던 걸까?" 이런 질문이 계속 따라와.

이현욱은 이도경을 연기하면서 단순히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으로 나누기보다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줬어. 실제로 작품 소개에서도 이도경은 희주에게 금괴와 관련된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 인물로 설명돼.

개인적으로는 이런 역할이 이현욱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어.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기보다 표정의 작은 변화만으로 "뭔가 숨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배우니까.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이미 알아봤던 서늘함

이현욱의 이름을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작품을 꼽는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도 빼놓기 어려워.

그가 맡은 유기혁은 에덴고시원 302호에 사는 남자야. 

겉모습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행동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불편해. 말수가 많지 않은데도 주변 공기가 달라지고, 멀끔한 얼굴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지. 재미있는 건 유기혁이 작품 초반 단 2회 만에 퇴장했다는 거야.

그런데도 존재감은 오래 남았어. 당시에도 원작의 "왕눈이"로 오해받을 만큼 캐릭터의 분위기가 강했고, 이현욱 역시 자신의 외형과 눈빛이 유기혁의 싸늘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어.

이때부터 이현욱에게는 묘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불편한 사람. 소리를 지르거나 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 그게 이후 악역들을 만날 때도 이현욱만의 장점으로 이어진 것 같아.

 

 

작품마다 달라지는 악역의 결

이현욱은 이후 "마인", "블랙의 신부", "도적: 칼의 소리" 등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어.

특히 "도적: 칼의 소리"의 이광일은 이전 악역들과 확실히 달랐어. 조선인 출신으로 최연소 일본군 소좌가 된 인물이면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서는 냉혈한이야. 그런데 이현욱은 이광일을 그냥 잔인한 악역으로만 만들지 않았어. 

이윤을 향한 동경과 열등감, 배신감이 뒤엉켜 있다는 점에 주목했거든.

이현욱은 이윤이 자신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해석했어. 그래서 이윤이 자신을 떠나려 했을 때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 생겼다고 설명했지. 이런 부분이 이현욱의 연기를 조금 다르게 만드는 것 같아.

악역인데도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실제로 그는 "도적" 당시에도 악역을 계속 맡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자신이 아직 악역을 통해 보여줄 것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어.

 

"원경"에서 만난 인간적인 이방원

그런 의미에서 "원경"은 이현욱에게 꽤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악역으로 보여준 서늘한 이미지를 가지고 실제 역사 속 인물인 태종 이방원을 연기했으니까.

그런데 이현욱이 선택한 방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킬방원"과는 조금 달랐어.

왕이 되기 전후의 권력자 이방원만 보여주기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거든.

이현욱 역시 태종을 연기하면서 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지만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어.

그래서 "원경"의 이방원은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찌질해 보이기도 해.

그만큼 배우 입장에서는 위험한 선택이었을 것 같아.

실제로 방송 이후 캐릭터에 대한 비판이 예상보다 크게 나오면서 이현욱 본인도 많이 괴로워했다고 밝혔어. 하지만 그만큼 캐릭터를 진심으로 고민했다는 점은 분명하게 느껴져.

 

 

서늘함을 넘어서

2026년 이현욱을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보여.

"골드랜드"에서 심리적인 인물을 만난 뒤, 오는 11월에는 KBS 대하사극 "문무"에서 문무왕 김법민을 연기할 예정이야.

"문무"는 7세기 신라를 배경으로 고구려와 백제, 당나라까지 얽힌 격변의 시대와 삼국통일의 과정을 다루는 작품이야. 이현욱은 장혁, 김강우, 박성웅과 함께 주요 인물을 맡았고, 2026년 11월 첫 방송이 예정돼 있어. 생각해보면 꽤 흥미로운 선택이야.

한쪽에서는 금괴와 욕망을 둘러싼 현대적인 심리 스릴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역사 속 왕을 연기하는 거니까.

그동안 이현욱에게는 "서늘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그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필모그래피가 꽤 넓어졌어.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짧게 등장해도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었고, "도적"에서는 증오와 열등감을 가진 악역이었으며, "원경"에서는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인 이면을 파고들었어.

그리고 "골드랜드"에서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남자가 됐지.

이현욱의 진짜 매력은 차가운 얼굴 자체가 아니라 그 얼굴 안에 얼마나 다른 감정을 넣을 수 있느냐에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인물이 될지 궁금해.

특히 "문무"에서 그가 보여줄 문무왕은 지금까지의 이현욱과 또 얼마나 다른 얼굴일까. 나는 오히려 그게 기대돼.

익숙한 자신의 이미지를 가지고도 매번 다른 사람을 만들어내는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현욱은 아마 그런 배우에 가까운 것 같아. 처음에는 차갑게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다른 감정이 계속 발견되는 배우.

그래서 이현욱은 볼수록 더 궁금해지는 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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