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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감정과 삶을 먼저 보여주는 배우, "김동욱"

by 마이밍9 202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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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모습이 꽤 다를 것 같아.

누군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진하림일 수도 있고, "신과 함께"의 김수홍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나는 한동안 "손 the guest"의 윤화평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조진갑을 번갈아 생각했어.

한쪽에서는 악령과 맞서는 영매였고, 다른 쪽에서는 갑질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유도 출신 근로감독관이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김동욱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어.

김동욱은 장르가 바뀔 때마다 감정의 밀도를 조금씩 달리하는 배우에 가까워 보이더라구.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는 차갑고 예민한 앵커였고, "너는 나의 봄"에서는 상처를 품은 정신과 의사였어. "돼지의 왕"에서는 복수와 기억의 감정이 뒤엉킨 인물을 맡았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 기자가 됐지.

"이로운 사기"에서는 냉철한 변호사였고, "강매강"에서는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와 엉뚱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됐어.

그리고 최근 "윗집 사람들"을 보고 나니 김동욱이라는 배우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어.

 

 

현수는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였을까

"윗집 사람들"에서 김동욱이 연기한 현수는 아랫집에 사는 영화감독이자 남편이야.

영화는 층간소음이라는 아주 익숙한 일상에서 시작하지만, 실제로 파고드는 건 부부 사이에 쌓인 감정과 소통의 문제야.

현수와 정아는 특별한 사건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부부가 아니라, 사소한 말과 행동이 조금씩 쌓이면서 서로에게 서운함을 품게 된 사람들이지. 나는 이 설정이 김동욱이라는 배우와 상당히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

현수는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을 조목조목 설명하지도 않아.

오히려 말을 피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고, 상대가 알아서 눈치채기를 바라는 쪽에 가까워.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들 꽤 많잖아.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화를 내지?"

"그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관계를 점점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 김동욱은 바로 그 미묘한 답답함을 굉장히 담백하게 보여줘.

공효진과 실제 같은 부부 호흡을 만들기 위해 두 배우가 오래 결혼한 주변 부부들의 이야기를 참고하고, 전형적인 부부 연기를 피하려고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도 흥미로웠어.

그래서 나는 현수를 보면서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보다 "저런 남편이 실제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

 

"3일"에서는 말보다 무게가 먼저 보였다

"윗집 사람들"과 거의 반대쪽에 있는 작품도 있어. 2025년 단편영화 "3일"에서 김동욱은 장례지도사 하진을 연기했어.

러닝타임이 27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화인데, 유승호가 연기한 태하가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과정에서 하진이 특별한 장례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야. 

이 작품에서 김동욱은 말과 행동을 크게 늘리지 않아. 대신 목소리와 표정, 장면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받쳐줘.

관객들 사이에서도 "큰 액션 없이 극의 무게를 잡는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나 역시 이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윗집 사람들"에서 김동욱이 사소한 행동으로 부부 사이의 균열을 보여줬다면, "3일"에서는 반대로 감정을 절제하면서 장면의 깊이를 만들어낸 거지. 둘 다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

한쪽에서는 답답하고 현실적인 남편이고, 다른 쪽에서는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주는 장례지도사야.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김동욱의 묘미인 것 같아.

 

 

코미디 속에서도 중심을 잡다

김동욱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하면서 "강매강"을 빼놓으면 아쉬워. 사실 김동욱에게 코미디는 낯선 장르가 아니야.

2019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코믹하면서도 통쾌한 캐릭터를 보여줬고, 당시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 대상까지 받았어. 그런데 이후에는 "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처럼 무게감 있는 작품을 이어갔지. 그래서 2024년 "강매강"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 반가웠어.

김동욱 본인도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이야기했거든. "강매강"의 동방유빈은 명석한 엘리트 형사인데 이상하게 허술하고, 사건을 분석하다가도 엉뚱한 실수를 하는 인물이야.

여기서 재미있는 건 김동욱이 코미디를 하면서도 캐릭터를 가볍게만 만들지 않았다는 거야.

웃기는 장면에서는 확실하게 망가져주지만,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순간에는 중심을 잡아. 나는 이 균형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해.

당시 김동욱은 조진갑을 비현실적인 히어로처럼 만들기보다 현실에서 만날 법한 사람처럼 표현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어.

결국 김동욱에게 코미디는 단순히 웃기는 연기가 아니었던 것 같아.

사람이 웃기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고, 허술해 보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에 가까웠어.

 

김동욱의 진짜 강점은 "사람"에 있는 것 같다

"손 the guest"의 윤화평은 영매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고,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조진갑은 갑질을 응징하는 히어로에 가까웠어. 그런데 김동욱은 두 사람을 초능력자나 영웅처럼만 보여주지 않았어.

윤화평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상처가 있었고, 조진갑에게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었지.

김동욱은 과거 인터뷰에서 조진갑과 자신이 비슷한 부분으로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꼽기도 했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캐릭터의 매력과 닿아 있다고 봤고 말이야.

나는 이 이야기가 김동욱의 연기를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한 힌트라고 생각해.

김동욱은 캐릭터의 겉모습을 크게 바꾸는 것보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집중하는 편이야.

그래서 "그 남자의 기억법"의 냉철한 이정훈도 단순히 차가운 남자로 보이지 않았고, "이로운 사기"의 한무영도 그냥 능력 좋은 변호사로만 남지 않았어.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니까.

최근 "윗집 사람들" 인터뷰에서도 김동욱은 현수와 정아의 관계가 특별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자신도 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

그 말을 보고 나니 현수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이해됐어.

김동욱이 연기한 인물들은 거대한 사건 때문에 움직이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 사이의 감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김동욱을 다시 보고 싶다면 이 작품부터

김동욱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면 나는 먼저 "손 the guest"를 추천하고 싶어.

이 작품은 배우 김동욱의 감정적인 폭을 확인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윤화평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처와 공포, 집착을 따라가다 보면 김동욱이 왜 강한 장르에서도 기억에 남는 배우인지 알 수 있어.

그다음에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추천하고 싶어.

"손 the guest"와 완전히 다른 김동욱을 볼 수 있으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어져 있거든. 실제로 당시 김동욱은 조진갑을 "현실에 필요한 히어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이야기했어.

최근의 김동욱 연기가 궁금하다면 "윗집 사람들"도 추천해.

거창한 사건 없이 네 사람의 대화만으로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김동욱의 절제된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특히 공효진과 주고받는 장면에서 말의 내용보다 표정이나 반응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점이 재미있어.

마지막으로 조금 짧은 작품을 찾는다면 "3일"도 추천하고 싶어.

2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김동욱이 어떻게 작품의 중심을 잡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

나는 이 네 작품을 순서대로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김동욱이 왜 장르가 바뀔 때마다 다른 배우처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지 조금은 알게 될 거야.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그 인물이 실제로 살아온 시간과 감정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 김동욱이 연기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배우 김동욱은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캐릭터 한 명이 남아. 나는 그게 김동욱이라는 배우를 오래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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