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아마도 더 글로리의 박연진이 아닐까 싶어. 너무나 강렬했던 캐릭터 였으니까. 하지만 최근 작품을 보다 보면 이제는 박연진 말고도 임지연을 떠올릴 만한 인물이 많아졌어. 마당이 있는 집에서 불안과 공포에 흔들리는 인물을 보여줬기도 했고, 옥씨부인전에서는 노비 구덕이에서 양반 옥태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굴곡을 표현했지. 이후 얄미운 사랑을 거쳐 2026년 멋진 신세계에서는 코미디와 로맨스를 본격적으로 도전했어. 특히 임지연 스스로도 옥씨부인전을 선택할 당시 자신이 없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 선택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박연진 이후, 임지연의 행보
더 글로리는 임지연에게 엄청난 전환점이었어. 박연진은 단순히 강한 악역을 연기한 작품이 아니라 배우 임지연이라는 이름 자체를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캐릭터였으니까.
문제는 이런 대표작이 생긴 뒤야. 배우 입장에서는 잘했던 이미지를 다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임지연은 오히려 다르게 움직였어.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남편의 폭력과 불안 속에서 흔들리는 문주란을 연기했고, 리볼버에서는 하수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또 다른 결의 긴장감을 보여줬지. 이어 옥씨부인전에서는 아예 시대와 신분이 다른 인물로 들어갔고 말이야.
특히 옥씨부인전은 임지연에게 꽤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 구덕이라는 노비가 옥태영이라는 양반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에서 생존, 사랑, 책임을 모두 표현해야 했거든. 임지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사극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게 됐다고 이야기했어.
그런 의미에서 옥씨부인전은 단순히 필모그래피에 사극 한 편을 추가한 작품이 아니라, 더 글로리 이후 임지연이 어떤 배우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확인해본 작품에 가까다고 생각해.
구덕이를 선택한 의외의 이유
임지연이 옥씨부인전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
당시 임지연은 자신이 사극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한복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사극을 멀리해왔다고 밝혔어. 그런데 대본을 읽고 오히려 그런 생각 때문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지.
이 이야기를 알고 보면 임지연의 최근 필모그래피가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해온 과정 같아 보이거든.
그리고 그 결과가 꽤 좋았지. 구덕이라는 인물은 단순히 밝고 씩씩한 주인공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도 해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옥태영이라는 새로운 삶까지 받아들여야 했잖아.
임지연은 그 복잡한 과정을 한 인물 안에서 이어갔고, 이 작품을 통해 원톱 주연으로서의 힘도 보여준 것 같아.


이번에는 웃기는 임지연
그리고 2026년 멋진 신세계는 또 다른 선택이었어.
임지연이 맡은 신서리는 희대의 조선 악녀 강단심의 영혼이 깃든 무명배우야. 조선시대 인물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설정이라 진지함과 코미디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역할이지.
여기서 임지연이 직접 밝힌 출연 이유가 재밌어.
어두운 분위기의 장르물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발랄하고 유쾌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거야. 액션, 코미디, 로맨스가 모두 있다는 점 역시 도전적으로 느꼈다고 했고 말이야.
실제로 방송 이후에는 박연진의 이미지가 빠르게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어. 사극 말투로 현대 사회를 휘젓는 신서리의 모습이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야.
특히 흥미로운 건 임지연이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야.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캐릭터가 웃겨야 하는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표정과 행동을 무너뜨리고, 반대로 감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다시 분위기를 잡지. 그래서 신서리는 단순히 웃긴 캐릭터가 아니라 코미디와 멜로, 액션이 섞인 복합적인 인물로 만들어졌어.
임지연의 다음 선택
임지연은 이미 더 글로리라는 강력한 대표작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최근 행보를 보면 그 작품의 성공에 기대기보다 오히려 계속 다른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더 글로리에서 악역을 맡은 뒤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불안한 인물로, 옥씨부인전에서는 사극 주인공으로, 멋진 신세계에서는 코미디와 로맨스를 이끄는 인물로 변했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임지연이 했던 말도 눈여겨볼 만해.
옥씨부인전 당시에는 주연배우로서 평범하고 무난한 역할을 맡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도 자신의 몫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 있어. 또 앞으로는 코믹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고, 감정적으로 굴곡진 인생만이 아니라 무난한 사람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 이 말이 지금의 임지연을 꽤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강렬한 캐릭터를 잘하는 배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사람까지 설득력 있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임지연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이미 악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사극 주인공으로도 가능성을 보여줬고, 코미디까지 성공적으로 경험했어. 최근에는 차기작으로 현대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다루는 얼라이크 출연 소식도 전해졌어. 가난한 취업준비생이 오너 2세와 닮았다는 이유로 인생이 뒤바뀌는 복수극으로, 또 한 번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인물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어 보여.
이제 임지연에게 중요한 건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어.
오히려 힘을 조금 빼고도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지, 평범한 사람의 감정도 얼마나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가 다음 숙제가 될 것 같아.
박연진으로 시작된 강렬한 기억을 구덕이로 넘어섰고, 신서리로 또 한 번 방향을 틀었어.
그러니 다음 작품에서 임지연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쉽게 예상하기 어려워. 어쩌면 그 예측하기 어려운 선택 자체가 지금의 임지연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