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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현", 익숙한 얼굴을 지우고 배역을 남기다

by 마이밍9 2026.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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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설현을 생각하면 AOA 시절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돌로 활동했던 모습보다 작품 속에서 만났던 배우 김설현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더라.

특히 "나의 나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조명가게"를 거치면서 그런 생각이 더 확실해졌어.

작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보다 배우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

"나의 나라"에서는 시대극 속 복잡한 감정을 가진 여인을, "낮과 밤"에서는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이 됐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서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청춘을 연기했고, "조명가게"에서는 아예 처음 봤을 때 설현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를 바꿨지.

특히 "조명가게"를 보고 나서는 설현을 배우로 다시 보게 됐던 것 같아.

 

 

"조명가게"에서 얼굴을 지웠다

디즈니+ "조명가게"에서 설현이 맡은 지영은 처음부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화려한 스타일링도 없고, 밝은 표정도 거의 보여주지 않아.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채 어딘가를 계속 바라보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사람인지 귀신인지조차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그런데 이게 오히려 설현에게는 잘 맞았던 것 같아.

지영이라는 인물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 대신 눈빛이나 표정,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전달하지.

실제로 작품 공개 이후에 "설현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고, 강풀 작가 역시 설현의 연기를 보고 배역 자체가 현장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어.

나는 이 작품에서 설현이 가장 잘한 게 자신의 유명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은 거라고 생각해.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배우라는 존재감조차 앞세우지 않은 채 지영이라는 사람만 남겼으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담백함

"조명가게"가 설현의 서늘한 얼굴을 보여줬다면 그 전 작품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줬어.

여기서 설현이 맡은 이여름은 회사 생활에 지쳐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인물이야.

특별히 큰 사건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처음부터 강렬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도 아니야. 그래서 오히려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 것 같아.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으면서도 지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이여름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설현은 그 평범한 감정을 과하게 꾸미지 않고 가져갔어.

이 작품을 지나면서 설현에게는 화려한 이미지뿐 아니라 조용한 인물을 표현하는 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경찰도, 시대극의 여인도

설현의 필모그래피를 거꾸로 살펴보면 장르가 생각보다 다양해.

"나의 나라"에서는 서휘와 남선호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한희재를 연기했고, "낮과 밤"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 특수팀 경위 공혜원으로 사건을 추적했어.

영화에서도 "강남1970",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을 거치며 액션과 시대극까지 경험했지.

특히 "안시성"에서는 전투 장면을 소화해야 했고,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기존의 밝은 이미지를 벗어난 인물을 보여줬어.

이렇게 이어서 보면 설현은 한 번에 이미지를 확 바꾸는 배우라기보다 작품을 하나씩 거치면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조금씩 넓혀온 배우에 가까워 보여. 그래서 지금의 설현을 보면 "연기돌 출신"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설현보다 배역이 궁금하다

설현이 배우로서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도 꽤 분명해 보여.

그녀는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가장 좋고, 어떤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보는 것처럼 자신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특히 "저보다는 배역이 더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

생각해보면 "조명가게"의 지영이 딱 그랬어. 설현이 보이는 게 아니라 지영이라는 인물이 먼저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 행보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

2026년 하반기에는 노희경 작가와 이윤정 감독이 함께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가제)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야. 송혜교, 공유, 차승원, 이하늬 등과 함께 출연하는 작품이라 설현이 어떤 인물로 등장할지도 기대하게 돼.

최근에는 약 4년 만에 유튜브 채널도 다시 시작했어. 작품 속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여행과 일상을 담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배우 김설현과 사람 김설현 사이의 차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제 김설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AOA 시절의 설현보다 배우로서 만났던 인물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

"나의 나라"의 한희재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이여름도, "조명가게"의 지영도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화려한 얼굴로 대중에게 먼저 알려졌지만, 배우로서의 시간은 오히려 그 얼굴을 조금씩 지워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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